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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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요원은 한 손에는 차가 든 스티로폼 컵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불이 붙어있는 담배를 든 상태로 길을 걸어 내려갔다. 끝없이 사람들이 주변으로 지나가며 가끔 그와 팔이나 다리가 부딪치기도 했다. 그린은 오른쪽으로 돌아 한적한 골목길로 들어갔다. 직진, 직진, 좌회전, 직진, 우회전, 우회전, 좌회전, 직진, 좌회전…

곧 그린 요원은 제53안전가옥 앞에 섰다.

밖에서 보았을 때 제53안전가옥은 버려진 양복점처럼 보였다. 가게 앞쪽의 창문으로는 작은 방이 보여, 한물간 드레스나 정장을 입은 채로 먼지 덮인 마네킹이 보였다. 그린은 차를 홀짝이며 나무문 앞에 서, 문을 톡톡 두드리고는 거기서 오는 반향에 귀 기울였다. 곧 안쪽에서 고함이 들리더니 점차 커지는 발소리가 들려왔고, 탠저린 요원이 안에서 바깥쪽으로 문을 열어주었다. 탠저린은 파란색과 주황색이 배합된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상태로 두 계단 아래에 서 있었다. 이 문은 사실은 버려진 양복점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래에 있는 장소로 향하는 것이었다.

"담배 좀 끊으세요, 그린."

"담배만큼 몸을 덥혀주는 게 어딨겠어.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담배 때문에 죽기 전에 다른 일로 죽는 게 빠를 거야."

탠저린은 성의 없이 어깨를 으쓱여 보이고는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린은 남은 차를 마신 뒤 문밖으로 컵을 던져버리고, 입에다가는 담배를 물고는 탠저린의 바로 뒤에서 아래로 내려갔다.

"언제 온 거야?"

"한 10분 전쯤에요. 당신 기억도 지운 거예요?"

"그래. 경적 울린 이후로는 아무것도 기억 안 나."

"저도요. 나쁜 점이라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른다는 점이고, 좋은 점이라면 어쨌든 얘기 나눠볼 예술가들 몇을 잡아 들였다는 거겠네요."

"몇 명이나 있는데?"

"다 하면 여덟인데, 그중 셋을 제가 아니까 나머지 다섯을 맡으시면 될 거에요."

"괜찮은 것 같군. 표준 자백제?"

"안타깝지만 아니에요. B등급 최면제를 다 써버렸어요. 오후에 더 받아올 거에요."

"아. 그 전까지는 고전적인 방식을 써야 한다 이 말이로군?"

"넵. 전처럼 말이죠."

탠저린은 마지막 단으로 내려가며, 그린을 우중충하며 철선 깔린 방으로 인도했다. 저만치 구석에 컴퓨터 한 대와 복사기 한 대가 있으며, 그 왼쪽에는 작은 총 보관함이 있고, 오른쪽에는 유치장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문이 있었다. 탠저린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좀 두들긴 뒤, 첫 번째 파일을 뽑았다.

"첫 번째는 '건축가'예요. '비평가'네 중 한 명이죠. 그 커다란 흰색 대리석 작품 만들던 인간이에요."

"왜 만들고 있었는지는 아나?"

탠저린은 종이를 마닐라 폴더 안에 정리해 넣은 뒤, 그린에게 건네었다. 그린은 그 내용을 대충 살펴보았다.

"한 번 물어봐요. 3호실에 있으니까요."

"구속했고?"

탠저린은 장난스레 제 머리를 손바닥으로 찰싹 때렸다.

"이런, 완전히 잊고 있었네요. 당연히 구속해놨죠. 가봐요."

그린은 무시하듯이 고개를 흔들고는 유치장 복도로 들어갔다. 하나, 둘…셋. 그린은 주머니에서 ID 카드를 꺼내 들어서 리더기에 읽힌 뒤, 전자식 자물쇠가 윙윙거리고는 딸칵하며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곧 문을 연 뒤 그 안으로 들어갔다. 키 작고 갈색 머리의 남자가 사지가 철제 의자에 쇠사슬로 묶인 채 앉아있었다. 머리가 가슴팍 위로 처진 상태에서 가볍게 코를 골고 있었다. 그린은 최대한 큰 소리로 문을 닫았고, '건축가'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으악!"

"이름 말해! 당장!"

"밥! 밥 웃손Bob Utzon! 당신 도대체…씨발. 아, 젠장할. 당신이 알면 안 되는 건데."

그린 요원은 펜을 하나 꺼내어 마닐라 폴더 겉면에 '밥 웃손'이라 적고는 '건축가' 반대편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그린은 책상 위에 폴더를 올려놓고, 입에다가 담배 한 개비를 문 뒤 '건축가'의 얼굴에 연기를 크게 내쉬었다. '건축가'는 갑자기 내뱉은 연기에 캑캑거렸다. 그린은 미소지었다. 흔해빠진 장면이기는 해도, 누군가의 얼굴에다가 연기를 내뱉는 건 효과적이었다. 이 쬐끄만한 예술가를 말 그대로 지배하고 있었다.

"만나서 반갑네, 밥."

"엿 먹어.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거니까."

"아, 그럴 거라 생각하겠지. 방금 막 최면제를 자네 얼굴에다가 내뱉은 거거든."

'건축가'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이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것이다.

"뭐 하는 거야, 씨발! 나도 권리라는 게 있다고!"

"하! 아니, 밥. 자네한텐 그런 게 없어. 자네에겐 권리가 없고, 누가 전화를 걸거나,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던가, 뭐 그런 거 하나 없다고. 내가 원한다면 죽을 때까지 여기에 썩혀둘 수도 있고, 아무도 자넬 구하러 오지 않겠지. 자네는 존재하지 않아. 내 말 이해하나?"

'건축가'는 입을 다물었다.

"자, 밥, 자네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큰 빠앙거리는 소리지, 맞지?"

'건축가'는 침묵하였으나, 입꼬리가 그의 두려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밥. 들어봐. 지금 내 말에 대답해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근육 이완제가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지. 그렇지만 그때까지 기다린다면, 자네 몸이 축 늘어지거나, 턱이 마비되거나, 아니면 자네가 혀를 씹어버릴 수도 있어. 그러면 난 자네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동안 대답을 들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자네가 말하는 걸 잘못 알아들을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상황이 이상해지겠지. 어쨌거나 저쨌거나 자네한테서 대답을 들을 건데, 그냥 지금 내 질문에 대답해준다면 그런 문제를 겪지 않아도 될 거고, 어쩌면 자존심도 조금 지킬 수 있겠지. 알아들었나?"

'건축가'는 입을 다물고, 몇 초간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가, 곧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린은 속으로 제 승리를 축하하였다. 허세와 헛소리를 쏟아붓는 게 생각보다 빠르게 먹혔다.

"좋아. 첫 번째 질문. 어젯밤의 커다란 대리석 건물. 왜지?"

"예술적 지배.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을 내가 직접 디자인한 임시변통 박물관에 격리하지."

"우린 자네의 작품을 파괴했어. 별다른 변칙성이 있나?"

'건축가'는 제 작품이 파괴되었다는 데에서 경멸을 보였으나, 화를 억눌렀다.

"아니, 없을 거야. 무해하거든."

"훌륭해. 다음 질문. '비평가'의 현 위치."

"전혀 몰라. 모임이 있으면 우리한테 메시지를 보내거든. 혹시 내 전화기를 돌려줄 수 있다면, 내가…"

그린 요원이 '건축가'를 쏘아보았다.

"나랑 장난하지 말게, 밥."

'건축가'는 입을 다물었다.

"다음 질문. '절단사'는 누군가?"

"아, 그 미친놈. 이름은 뭔지 전혀 몰라. 뭔가 바디 호러 페티쉬 비스름한 게 있는 것 같던데. 나한테는 전혀 먹히지 않지만, 젠장, 뭣 때문에 거시기가 발딱 서도 그건 걔 사정인 거겠지."

"그는 어디 있지?"

"좆도 몰라. 어젯밤에는 등장할 예정도 없었어."

"좋아. 당장은 마지막 질문이 되겠군. 루이즈 뒤샹에 대해서는 뭘 알고 있지?"

'건축가'가 얼굴에 조소를 띄웠다.

"그 자식은 그냥 등신이야. 우리 중 몇 명에게 멍청한 쓰레기를 보냈어. 팀이 진짜 짜증을 냈지 - 내 말은 '조각사'말이야."

"위치는?"

"그걸 알았다면 그놈은 이미 죽었겠지."

그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래서, 어, 요원 나리. 언제쯤 나갈 수 있으려나?"

그린이 제 ID 카드를 슬롯에 읽히자, 삑 소리가 나며 잠금이 풀렸다.

"이봐. 이봐! 요원 나리, 나 지금 말하-"

그린은 문을 닫았고, 그 뒤에서 나오는 소리는 전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조이 탐린은 정신을 차리자 자기가 철제 의자에 사슬로 묶여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씨발."

움직이려 해보았지만, 의자는 나사로 바닥에 고정되어 있었다.

"씨이이이이이발."

그는 사슬을 풀어보려 했다. 풀려났다고 생각할 때마다, 살갗에 더욱더 죄어올 뿐이었다.

"씨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바-"

조이는 말을 멈추고 문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익숙한 하와이안 셔츠였다. 탠저린 요원은 조이 반대편에 앉았다. 그의 얼굴은 완전히 무표정이었다.

"안녕 탠."

탠저린 요원은 입을 열지 않았다.

"여기서 좀 풀어주지 않을래?"

탠저린 요원은 입을 열지 않았다.

"아 좀, 임마, 너무 짜게 굴지 말자. 네가 맨 인 블랙이라는 건 괜찮으니까. 딱히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괜찮아. 이게 어떻게 돌아갈 건지는 알고 있어. 네가 나한테 질문 몇 가지를 하면, 난 대답 몇 가지를 할 거고, 잽싸게 살짝 바늘로 찌르면 난 이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잊겠지. 난 그에 대해 뭔가 할 처지가 못 되잖아. 네가 해야 할 질문을 하고 나면, 우리 둘 다 여기서 나갈 수 있고, 그러면 너와 난 다시 바보 같은 예술이나 하러 돌아가겠지. 네가 저들과 한 편이라는 거, 그거 이해해, 괜찮아, 괜찮다고. 하지만 탠, 넌 우리랑도 한 편이잖아. 괜찮은 작품도 만들고. 보기에도 괜찮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을 만들잖아. 넌 쿨해. 넌 우리랑 함께야, 탠,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랑 한 가족이라니까, 알겠어? 우린 형제라고, 임마!"

조이는 눈물이 흘러나오는 걸 어쩔 수 없었다. 조금 배신당한 느낌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지금 묶인 것만 어떻게 조금 더 느슨하게 하고, 탠저린의 환심을 산 뒤, 어떻게 빠져나갈 방법을-

"네가 그렇게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는 것도 이제 열여덟 번 째야."

조이는 혼란스러워하며 고개를 들었다. 탠저린은 아무런 감정을 내보이지 않으면서 그를 직시하였다.

"넌 항상 완전히 똑같은 말을 해. 맨 처음에, 내가 뭘 했는지 알아? 바보 같고, 순진하고, 사람 쉽게 믿고, 어렸던 내가? 난 널 풀어주었고, 우린 이야기를 나눴고, 넌 날 때려눕히려고 했어. 당연하게도 먹히지 않았지. 난 훈련받은 요원인 데 반해, 넌 그냥 예술가에 불과하니까. 그렇게 널 진압한 뒤, 네 기억을 지우고, 넌 다시 돌아갔고 모든 게 원래대로 되돌아갔어. 그러고 나중에, 넌 내 핸드폰에서 네가 봐서는 안 될 메시지를 보았지. 우린 널 연행했고, 넌 내게 완전히 똑같은 말을 했지만, 이번에는 널 놔주지 않았어. 우린 이야기를 나눴고, 넌 어떻게 해서인가 사슬을 느슨하게 해서 내가 떠나려는 참에 뒤에서 날 잡아채려고 했지. 난 이미 너와 한 번 싸운 적이 있지만 그 첫 번째를 기억하지 못하기에, 내게는 더 큰 이점이 있는 셈이었어. 그게 두 번째였지. 우리가 사슬을 더 세게 조인 뒤에, 넌 다시 탈출하지 못했어. 세 번째는 너랑 오버갱이 정보재해적 폭죽 몇 개를 터트렸을 때였어. 네 번째는 네가 재단 기지를 급습할 계획을 세우던 때였고, 그래서 우린 그걸 멈췄지. 다섯 번째는…젠장, 이젠 기억도 안 난다. 네가 여길 수도 없이 들락날락해서, 우린 회전문을 설치해야 했어."

조이는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사슬과 씨름했다.

"이 개 같은 씨발-"

"열일곱 번째는 네 여동생이 죽었을 때야."

조이는 멈추었다.

"그렇지만 난…여동생이 없는데."

탠저린은 황급히 제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더는 조이와 시선을 맞출 수가 없었다.

"제시 탐린Jessie Tamlin. 너랑은 세 살 차이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소중했으며, 네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사랑하는 여동생이었어. 아름답고, 재밌으며, 만나는 사람마다 그 사람의 하루를 밝게 빛내주었지. 전시회에 따라와서, 우리랑 같이 앉아서는 시간을 보내곤 했어. 걘 너랑 함께 살았었어. 몰리가 너랑 같이 살기 시작하기 전부터 말이야. 그리곤 걔가 뭔가 아주, 엄청나게 바보 같은 짓을 하고 말았어. 널 위해 뭔가 작업을 하고 있었어. 항상 거기에 있어 주어서 감사하다는 뜻에서 말이야. 그러다가 망쳤지. 네가 하듯이 취약점을 사용하지 못했어, 조이. 걘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어. 제시는 작품을 통제하지 못했고, 그게 뭐였든 간에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지. 잘은 모르겠지만 폭죽을 만들고 있었던 것 같아."

탠저린은 무릎에 눈물을 떨구었다.

"걘 죽었어, 조이. 제시는 죽었고, 넌 예전 같지 않아졌지. 넌 항상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밥을 먹으면서 항상 LSD를 복용하고,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현실에서부터 도피하고자 했어. 그러곤 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까지 했어. 그때 난 네가 나아질 방법이 없다는 걸 알았지. 그렇지만 네가 맞아, 조이. 난 맨 인 블랙들과 한패지만, 무슨 일이 있든 간에 우린 한 가족이야. 우린 형제처럼 가깝잖아. 우린 친구야. 난 약에 취해서 멍한 상태의 너한테 왜 이러는 건지 물었지. 넌 잊으려고 하는 거라 말했어. 넌 잊어야 했어."

탠저린은 고개를 들었다. 얼굴은 온 힘을 다해 무표정인 상태 그대로였지만, 여전히 눈물이 볼가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조이는 제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난 도와줬어."


그린은 방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탠저린은 눈에서 눈물을 닦아내며 나왔다. 그린은 제 오랜 친구의 등을 토닥였다.

"걱정하지 마. 일이 끝나고 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테니까."

"절 용서한다 했어요."

"잘 됐어, 탠, 잘 됐어. 젠장, 지난번에 쟤 끌고 왔던 거 봤어. 우리가 기억 지우지 않았으면 죽었을 거야. 넌 옳은 일을 한 거야."

"그래도요. 전 적과 친하게 지내고 있는 거잖아요."

"충분히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으면, 더는 적이 아닌 거지. 뒤샹이나 그 '절단사' 녀석에 대한 건 없었어?"

"아뇨, 쟤…쟤도 제가 아는 것 이상으로는 없었어요."

"괜찮아. 어쨌든 확인은 해야 했으니까. 자, 탠, 이번에는 두 명이야. 파일은 이미 여기 준비해뒀고."

탠저린은 얼굴을 굳힌 채 그린을 올려다보았다.

"잠깐만요, 설마…"

"야, 약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순 없어. 이 친구들이 가진 정보는 몇 시간 후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어질 수도 있어. 한 번에 두 명을 하는 것도 괜찮겠지. 이미 같은 방에 넣어뒀고 말이야. 그동안 카메라나 좀 봐줘, 응?"

"알았어요."

탠저린이 중앙실로 돌아가는 동안 그린 요원은 복도를 걸어 내려갔다. 육, 칠…팔. 그린은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 들고, 인식기에 긁은 다음 삑 하는 소리와 전자식 자물쇠가 열리는 딸칵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두 소녀가 의자에 묶인 채 문을 바라보는 상태로 앉아있었다. 그린은 문이 알아서 천천히 닫히도록 두었다. 두 소녀 모두 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숙녀분들."

그린은 소녀들 반대편의 나무 의자를 뺀 뒤, 둘의 파일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첫 번째 질문. 이름들이 어떻게 되지?"

두 소녀는 입을 굳게 다문 채 계속해서 노려보았다.

"사실, 그냥 예의상 물어본 것일세. 자네들 이름은, 우리가 아는 한, 애니 클라인Annie Cline과 캔디스 브람스Candice Brahms지. 자네들은…'후타나리 슴챙 실패자'라는 밴드를 하고 말이야. 첫째 단어를 제대로 발음하는 건지 모르겠구만.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고 말이야. 그냥 내가 모르는 뭔가를 인용하는 거로 생각해두도록 하지."

둘은 여전히 조용했다.

"다음 질문. 자네들의 복제품을 자네들이 만든 건가?"

"걔넬 놔줘!"

애니가 갑작스래 소리 지르자 캔디스는 얼굴을 굳히며 그를 보았다. 캔디스의 입은 여전히 닫혀있었다.

"우린 그들을 놔줄 수 없네."

"놔주라니까!"

"말을 좀 제대로 하도록 하지. 우리가 그들을 구금하고 있지 않기에 놔줄 수 없다는 걸세. 어디 있는지 우리도 모르거든."

"아, 잘됐네!"

애니는 웃으며 캔디스를 돌아보았다가,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애니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입을 다물었다.

"숙녀분들, 우린 꽤 많은 일을 그냥 내버려 두고 싶은 입장이야. 솔직히 말해서, 자네들의 이상한 복제품을 그냥 돌아다니게 내버려 두는 건 우리의 걱정거리 중에서 가장 순위가 낮은 걱정이지. 너무 많이 만들지 않고, 혼자서만 가지고, 그냥 쌍둥이인 척한다던가 하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거야. 그래서, 자네들이 그들을 만든 이들인가?"

둘은 침묵을 고수하였다. 그린은 짜증이 나는 척을 하면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지금 딱 그가 원하는 상황으로 만든 상태였다. 갑작스럽게 감정을 폭발시켰다는 건 동정심이 있다는 증거였다. 동정심은 이용할 수 있다. 동정심이 많은 이들은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었다. 그린에게는 전략이 있었다.

"들어보시게나, 숙녀분들. 몇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게 있어. 자네들은 요원들에 관해서, 또 우리가 자네들을 붙잡으면 무엇을 할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을 거야. 대부분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고, 자네들 같은 예술가들이 우릴 더 싫어하도록 만들어진 이야기들이지. 우린 자네들을 놔줄 거라네, 숙녀분들. 자네들이 문제의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아젠다를 거스르는 일을 딱히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네. 자네들의 용어를 사용하자면 자네들은 엄밀하게 '언더그라운드' 쪽이고, 조용하게 일하지. 자네들은 겉으로는 정상성을 일부 유지하고, 사실 그게 우리가 신경 쓰는 전부야. 젠장, 만약 모든 예술가가 자네들 같았다면, 우린 아무 문제 없었을 걸세. 하지만 아니지. 자네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테지만, 소위 '예술가'라고 부르는 이들의 행동 때문에 어젯밤 많은 이들이 죽었다네. 자, 난 자네들에게서 무정한 괴물이라는 인상은 받지 않았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젯밤 죽은 이들 중에서는 자네들의 친구나, 가족이 있을 수도 있어. 그들은 누군가의 가족이었네. 누군가의 친구이기도 했고."

그린은 효과를 위해 잠시 말을 멈추었다. 애니의 표정은 상당히 부드러워져 있었다. 캔디스의 얼굴은 아직 굳어있기는 했으나, 이젠 눈살을 찌푸리고 있지 않았다. 그린은 승리한 기분을 느꼈다. 이들은 자신의 손안에 있는 찰흙이나 다름없었다.

"자, 우린 그들이 더는 다른 이들을 해치기 전에 막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네. 그런 일을 책임질 수 있는 이들이 있지. 하지만 그들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할 거고, 어디로 갈지를 알아야 한다네. 자네들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유용할 거야. 알겠나?"

"알았어."

둘이 동시에 말하였다. 그린이 이긴 것이었다.

"좋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딱 두 가지 가장 중요한 질문이 있다네, 알겠나? 첫 번째 질문. '절단사'라는 이를 아나?"

캔디스는 아직 혼란스러워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애니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들어본 적 없어. 만약 이름 앞뒤로 작은따옴표가 있다면, 아마 '비평가' 패거리일 거야."

"그렇군.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에 그치기는 하지만, 모든 게 유용하지. 두 번째 질문. 루이즈 뒤샹이라는 자를 아나?"

캔디스는 고개를 내저었지만, 애니는 그 이름을 알아들었는지 얼굴을 밝혔다.

"아! 나 알아, 그래! 우리 콘서트에 한 번 왔었어. 진짜 상냥했어. 자기가 주관하는 전시회에 한 번 날 초대했었어."

"그 전시회에 대해 말해줄 수 있나?"

"그냥 움직이는 디오라마였어. 꽤 간단한 건데, 꼭 엄청 대단한 것 같이 굴더라. 그치만, 뭐랄까, 꽤 이상했어…미술관에서 열었거든."

"미술관 안에 예술 작품이 있는 게 이상한가?"

"우리 대부분에게는 그래. 이 일의 요점이, 뭐랄까, 시스템을 깨부수는 뭐 그런 거거든? 사람들 보라고 벽에다가 작품 걸고 그러는 게 아니란 말이지. 조금 이상한 사람이었어."

그린 요원은 종이에다가 메모했다. '미술관을 수색할 것'.

"아주 유용한 정보로군. 정말 고맙네, 숙녀분들. 의자에 묶고 그런 건 미안하네."

캔디스는 침묵을 지켰으나, 애니는 미소로 화답했다.

"아냐, 아냐, 괜찮아! 사실…약간 이쪽 '취향'이라서."

그린은 방을 나가면서 살짝 얼굴을 붉혔다.


오버갱 두드는 정신을 차리고 나서 자기가 철제 의자에 사슬로 묶여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씨발."

움직이려 해보았지만, 의자는 나사로 바닥에 고정되어 있었다.

"씨이이이이이발."

그는 사슬을 풀어보려 했다. 풀려났다고 생각할 때마다, 살갗에 더욱더 죄어올 뿐이었다.

"씨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오버갱은 말을 멈추고 문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익숙한 하와이안 셔츠였다. 탠저린 요원은 오버갱 반대편에 앉았다. 그의 얼굴은 완전히 무표정이었다.

"…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발. 이건 예상 못 했는데."

"지난번에도 예상 못 한 건 마찬가지였어."

"젠장, 탠, 나 여기 몇 번이나 와본 거야?"

"이번이 여섯 번째야."

"젠장, 그때 내가 도대체 뭔 짓을 했던 거야?"

"아, 이것저것 했었지. 대부분 별것 아니었고."

"그러면, 좀 알려주라…이번에는 내가 뭘 한 거야?"

탠저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나도 그걸 알 허가가 나지 않아 있어. 그래서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서 지워졌고. '남자'를 위해 일할 때의 단점이지. 그치만 네가 도움이 돼준 것 같아."

"적어도 그거 하나는 괜찮네. 야, 이거 얼마나 걸릴지 알아? 여자 한 명 만나기로 해서 말이야. 데이트 계획 같은 것도 짜뒀고."

"기억소거제 들어오면 나갈 수 있을 거야. 아마 오후쯤에."

"좋아, 알았어."

"꽤 침착하게 받아들이네."

오버갱은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그냥 일이 이렇게 된 거니까. 그다지 개인적으로 받아들일 게 없단 거 알아. 네 일이 이거잖아. 하지만 우린 여전히 친구야. 너라면 안심할 수 있어, 탠. 널 믿으니까."

탠저린의 뱃속이 죄책감에 꾸르륵거렸다.


그린 요원은 또다시 탠저린의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뭐 없어?"

"없어요. 그치만 제가 말했잖아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얘네들도 제가 아는 만큼 알아요."

"좋아. 다시 카메라 좀 봐줘. 다음은 '화가'야."

"알았어요."

탠저린이 중앙실로 돌아가는 동안 그린 요원은 복도를 걸어 내려갔다. 십일, 십이…십삼. 그린은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 들고, 인식기에 긁은 다음 삑 하는 소리와 전자식 자물쇠가 열리는 딸칵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화가'가 앉아서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좀 씨발 빨리 좀 오지. 여기 한평생 앉아있던 것 같다고. 빨리 질문이나 하고 좀 내보내 줘, 새꺄."

그린 요원은 그 즉시 계획을 짰다. 그 계획에는 '화가'가 예의를 좀 배울 때까지 얼굴을 후려갈기는 게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그 욕구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억눌렀다가, 자기가 왜 억누르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심문 대상은 오만방자하고, 참을성 없는 데다가 제멋대로인 예술가였다. 물리적 폭력에는 금방 숙이고 들어갈 가능성이 컸다.

'화가'(Painter)에게 고통(Pain)을 일깨워줄 때였다.

그린은 주먹을 뒤로 뺐다가 '화가'의 턱 옆을 날카롭게 후려쳤다. '화가'는 방어도 못 하고 구속된 채로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는 머리를 흔들고는, 빠진 이를 뱉어낸 뒤 못 믿겠다는 듯한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너 이 씨바 지근 나 친 거야?"

"닥쳐. 아니면 또 갈길 테니까."

"이 씨바-"

그린은 '화가'의 턱에 손가락 관절이 맞부딪히는 느낌을 즐겼다. '화가'는 이를 하나 더 뱉어내더니, 혼난 강아지 같은 모습을 했다. 꼭 혼난 강아지가 얼굴을 두 대 얻어맞고 사람처럼 생겼을 때의 모습이었다.

"닥. 쳐."

'화가'가 훌쩍였다. 그린은 주먹을 다시 들어 올렸고, 거기서 나오는 불편한 반응을 즐겼다.

"질문 두 개 하지. 첫 번째 질문. '절단사'에 대해서 뭘 알고 있나?"

"걔는 전나 미친 노미야. 그 이상은 모라."

'화가'는 피를 한 움큼 뱉어냈다.

"두 번째. 루이즈 뒤샹에 대해서는 뭘 알고 있지?"

"개새끼지. 뭔 이를 당해도 싸."

"둘이 지금 어디에 있다거나, 어디에 있을 법한지 알고 있나?"

"모라. 모라."

그린이 주먹을 들었다.

"모라! 맹세컨데, 암 거또 모라!"

'화가'가 책상 위에 피를 한바탕 튀겨 댔다. 그린은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

"…그래, 그러케 가라고, 새캬."

그린은 물 흐르듯이 뒤돌아서서는, 주먹을 '화가'의 머리통 옆에다가 꽂아 넣었다. 그러고는 구속된 채로 축 늘어진 '화가'를 두고 떠났다.


현실의-똥구멍에-난-흑색종은 정신을 차리자 자기가 철제 의자에 사슬로 묶여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씨발."

움직이려 해보았지만, 의자는 나사로 바닥에 고정되어 있었다.

"씨발! 개 씨발 좆같은 니미 시바아아알!"

그는 사슬을 풀어보려 했다. 풀려났다고 생각할 때마다, 살갗에 더욱더 죄어올 뿐이었다.

"좆빠는 개씹지랄 호로 등신새끼 씨발 씨발 엠창 개같은 씨발놈들아!"

아스홀은 말을 멈추고 문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익숙한 하와이안 셔츠였다.

"좆같은 씨발새꺄! 애미 씨발 개 좆빠는 남창 새꺄! 이 개간나 호로 잡놈의 개씹 꼴통 니미 쌍놈아! 엿 먹어! 엿이나 처먹으라고, 이런 좆도 쬐깐한 미친 양아치 프로후빨러 관종 씨발 새끼가-"

탠저린 요원은 들어가지 않고 그냥 문을 닫았다.


"이번에는 들어가지도 않았잖아!"

"분명 진정제 주사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못 얻어낼 거에요."

"좋아, 네가 나보다 더 잘 알겠지. 그럼 이번이 마지막인가?"

"마지막이에요. 당신 차례고요."

탠저린이 중앙실로 돌아가는 동안 그린 요원은 복도를 걸어 내려갔다. 이십일, 이십이…이십삼. 그린은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 들고, 인식기에 긁은 다음 삑 하는 소리와 전자식 자물쇠가 열리는 딸칵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리타 서머스가 의자에 사슬로 묶인 채 앉아있었다. 그의 긴 검은색 드레스 자락이 사슬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리타는 쭈욱 무릎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린은 다가가 반대편에 앉았다.

"리타 서머스 양."

"그게 제 이름이죠."

"몇 가지 물어보고 싶네만."

"답하고 싶진 않네요."

리타는 계속해서 무릎을 내려다보았다. 그린은 초조하게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서머스 양, 자네의 파일은 읽어보았네. 2년 만에 학교를 졸업했고, 모든 시험에서 만점을 맞았지. 자네는 똑똑해. 분명 다른 상황이었다면 자네에게 일을 제안했겠지."

"그럼 전 거절했겠죠."

"왜지?"

"왜냐하면요, 그린 요원, 전 당신네가 하는 일에 관심이 없거든요. 전 그릇된 의무를 따라 일하지 않을 것이고, 당신네가 얼마를 준다 해도 제 수입보다는 적거든요."

그린은 리타가 제 이름을 알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들어올 때 신분증을 얼핏 보았음이 분명했다. 그린은 어떻게 '자유'로 '천재들'을 상대하는지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물리적인 위협도 괜찮으나, 그린은 여학생에게 주먹질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놀란 척했다.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지?"

리타는 치마에서 시선을 올려, 업신여기는 듯이 비웃음을 날렸다.

"당신 신분증에 쓰여있었어요, 바보 같으니라고."

그린은 가식을 유지하며, 불편한 듯이 자세를 고쳐앉고 갑자기 가려워지기라도 한 것처럼 목을 긁적였다.

"아. 뭐, 아주 주의력이 깊군그래, 서머스 양. 자, 이제 질문 몇 개에 답해주면 좋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야. 자네가 그래 주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어서 말이지."

"제가 왜 신경 써야 하죠?"

"당연히 신경 써야 하지, 서머스 양. 그 사람들 안에는 자네도 포함되니까 말이야."

"아, 무섭기도 해라. 한 번 해보세요. 절 고문하거나 해보시라고요."

"아니, 서머스 양. 그럴 필요는 없다네. 잠에서 깨어나 보니 덧셈하는 법을 잊는 건 어떤가? 맞춤법을 잊는 건? 아니면 신발 끈 묶는 법을 잊는다던가?"

리타는 키득거렸다.

"아, 그거 멋지네요. 협박이라. 네, 퍽이나 먹히겠군요. 그린 요원, 제 생각에 당신은 협박할 위치에 있지가 않아 보이네요."

"자네는 의자에 묶여있다네, 서머스 양. 내 협박은 충분…히…"

그린 요원은 목이 메오는 것을 느꼈다. 뭔가 부어오르는 듯한 느낌에 그는 목을 긁었다.

"대체…뭘…"

"그린 요원, 당신은 엄연히 이 상황의 통제권을 잃었어요. 저 밖에 있는 당신 동무 탠저린 요원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났죠."

그린 요원은 작은 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 총을 향해 손을 뻗자, 팔이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일어서려 했으나, 근육이 말을 듣지 않았다. 리타는 그냥 평범한 예술가가 아니었다. 현실 조정자일 수도 있다. 뭔가를 놓친 것이었다. 그린의 머릿속에 가설과 탈출 방안들이 떠돌아다녔다. 사슬이 헐거워져 땅바닥에 짤그랑거리면서 떨어졌고, 리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 단어로 설명 가능해요, 그린 요원. 훈련된 투명 거미. 당신에겐 마비약이 주입됐어요. 장기 효과는 없으니 몇 시간 지나면 움직일 수 있을 거예요. 전 괴물은 아니니까요."

리타는 그린의 주머니에 손을 뻗어 신분증을 꺼냈다.

"제가 원한다면 당신과 탠저린 요원을 그냥 여기 가둬둘 수도 있겠죠. 신분증도 없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걸 아무도 모르는 채로요. 당신들은 천천히 굶어 죽을 거고요. 하지만 전 그러지 않을 거예요. 왜냐면 세상에, 상대방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가둬둔다고요? 뭐랄까 찌질하잖아요. 누가 그런 일을 당하고 싶겠어요?"

리타는 문 쪽으로 걸어가, 삑 소리를 내며 잠금을 풀고는 문을 조금 열어두었다.

"전 이제 가보도록 하죠."

리타는 구겨진 검은 드레스를 정리하면서 자신감 넘치는 걸음으로 복도를 걸어 내려갔다. 그는 지나가는 인식기란 인식기에 전부 신분증을 읽히고, 문을 하나하나 열어보면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가장 먼저 본 사람은

"니미 씨발 좆같은-"

"야, 난 너 꺼내주려고 온 거야."

"아. 리타. 그럼 서둘러줘."

투명 거미들이 산성 독으로 사슬을 갉아냈다.

"좋아, 탠 그 새낀 어딨어. 그 배신자 새끼 흠씬 두들겨 패줘야 할 텐데 말이야."

"두들겨 패고 그러는 거 없어, 에이홀. 이미 손을 봐준 상태야."

다음 문 너머에는 '화가'가 여전히 의식 없이 입에는 피 칠갑을 한 채로 앉아있었다. 리타가 아스홀을 보았다. '화가'가 무슨 계획을 짜뒀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어떤 일에 동참했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닥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아스홀은 씩 웃었고, 리타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 좋아. 딱 한 방이야. 그걸로 끝이고."

아스홀은 '화가'에게로 달려들어, 주먹을 얼굴에 꽂아 넣어서 턱뼈를 박살 냈다. '화가'는 정신을 차리고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아스홀은 만족스레 걸어 나와서는 문을 잠갔다.

다음에 찾은 사람은 오버갱이었다. 리타는 미소 지었고, 오버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깐, 우리 탈출하는 거야? 그런 거야?"

"그래!"

"뭐, 그럼 불만은 없지."

구속구가 떨어져 나갔다. 오버갱은 손으로 손목을 문질렀다. 셋은 함께 다음 문으로 향했다. 애니와 캔디스가 그 뒤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문이 휙 하고 열리자 애니는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안녕 얘들아. 무슨 일이야?"

"다 같이 탈출하는 중이야. 같이 갈래?"

"그래, 여긴 좀 답답했거든."

사슬이 찰캉 거리며 떨어졌고, 둘은 책상을 지나쳐 다른 셋에 합류했다. 그들은 계속 문을 열면서 5호실까지 갔다.

"조이! 무슨 일이야? 뭔 짓이라도 당했어?"

조이 탐린은 눈물이 천천히 마르고 있는 상태로 다른 이들을 올려다보았다.

"나한테 여동생이 있었어?"

다섯 명은 서로 혼란에 찬 시선을 나눴고, 곧 우려 섞인 눈빛으로 바뀌었다. 오버갱이 앞으로 나왔다.

"맞아, 조이. 여동생이 있었어. 탠이 어느 날 널 집으로 데려오더니 이젠 걔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고 했었어. 이제 걔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으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는 알겠네. 그래도 당장은 그 얘긴 하지 말자고. 우린 탈출할 거고, 넌 따라올 거니까."

아스홀이 뒤에서 외쳤다.

"걱정 마, 우리가 흠씬 두들겨 패줄 테니까!"

"쟤 말은 듣지 마, 조이. 두들겨 팰지 안 팰지는 너한테 달려있어."

조이는 사슬이 풀리는 걸 느끼고는 흔들어 떨궜다.

"아냐. 탠은 날 도와줬어.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말을 들어보니 그편이 나은 것 같아."

"괜찮겠어?"

"그래. 난 괜찮아. 어서 나가자."

조이는 문 쪽으로 걸어 나와 일행에 합류했다. 이젠 복도가 조금 비좁게 느껴졌다. 리타는 다음 문으로 걸어가, 문을 활짝 열고 안이 텅 비어있는 걸 보았다. 그리곤 그다음 문으로 가, '건축가'가 구속구를 풀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일행에게 희망에 찬 눈빛을 보냈다. 일행은 서로 쳐다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건축가'는 공포에 가득 차 외쳤다.

"아니, 잠깐만!"

리타는 문을 쾅 닫고는 못 미더워 고개를 저었다. 일행은 중앙실로 걸어 나왔다. 아스홀은 총기 보관함으로 다가가 문을 열고는 청바지 양주머니에 권총 다섯 자루씩을 쑤셔 넣었다. 오버갱은 컴퓨터 쪽으로 다가갔다. 탠저린은 여전히 책상에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미안 탠, 네가 길을 막고 있어서 말이야."

오버갱은 조심스레 탠저린의 몸을 바닥으로 눕히고는, 자리에 앉아 제 손가락 관절을 꺾었다.

"어디 뭘 돌리고 있는지 보자…표준 DOS로구만…하! 야, 조이, 네가 어젯밤에 망쳐버린 그 게임 기억나?"

"왜?"

"다 여기다가 놔뒀어! 근데 여전히 네 이름으로 고정되어 있네, 왜 그러려나…이 치들이 불법복제 방지 기능 찾으면 꽤 재밌겠다. 좋아, 얘네 데이터베이스에서 몇 개 좀 지우고…"

오버갱이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아스홀은 이미 리타, 캔디스, 애니와 함께 계단통을 뛰어 올라갔었다. 조이는 벽에 기대앉아있는 탠저린을 향해 걸어갔다. 탠저린의 눈은 뜨여있었으나, 아직 의식이 있는지 조이는 알 수 없었다.

"이것 참 미안하네, 탠. 네가 올바른 이유로 한 일이라는 건 알고, 넌…좋은 친구야. 하지만 그래도 스파이잖아, 임마! 넌 우리 모두에게 스파이 짓을 하고 있었어. 그건 그닥 쿨하지 않잖아?"

탠저린은 다른 선택지가 없이 조용히 있었다.

"우린 이제 이사할 거야. 몰리랑 나 말이야. 우린 모두에게 너에 대해 말할 거고. 전부 네 얼굴을 아니까 말이야, 탠저린, 널 보면 다들 입을 다물고 자리를 피할 거란 말이지. 난 네가 우리와 같은 줄 알았어. 하지만…아녔지. 그건 부정할 수가 없어. 내 여동생 말이야, 임마, 난 걔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기억조차 못 해. 뭣 하나 기억이 안 난단 말이야."

조이는 아무렇게나 탠저린의 몸을 옆으로 밀쳐냈다.

"넌 우릴 엿먹였어, 탠. 그리고 넌 날 엿먹였지."

조이는 탠저린의 배를 걷어찼다.

"난 네가 우리와 같은 줄 알았어!"

조이는 다시 걷어찼다.

"난 네가 예술가인 줄 알았어!"

조이는 더 거세게 걷어차며, 있는 숨을 전부 토해내었다.

"난 네가 쿨한 줄 알았다고!"

조이는 다시 걷어차려 했으나, 오버갱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볼일 끝났어, 조이. 우리에 대한 기록은 전부 사라졌어. 전부 삭제했으니까."

"기록은 그렇지. 하지만 얘는 기억하잖아."

둘은 움직이지 않는 탠저린을 내려다보았다. 하와이안 셔츠가 충격에 구겨져 있었다.

"씨발, 상관없어. 여기서 나가자, 조이. 볼일은 끝났어."

오버갱은 조이를 계단통으로 데려가며, 바닥에 널브러진 한 명을 불빛 어둑한 방에 내버려 두었다.

탠저린은 고통에 정신을 잃기 전에 한줄기 눈물을 떨궜다.

첫째 중 둘째는 끝에서 시작한다
둘째 중 둘째는 세 갈래로 나뉜다.
위는 일곱 갈래로 나뉜다
모자란 것들은 완전한 것을 좋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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