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하나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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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박사는 나란히 조그만 방에 서서, 방금 막 들어온 문의 반대편에 있는 잠긴 문을 몸이 바라보는 채로 있었다. 연상(年上)인 박사는 가죽으로 장정한 일지를 조용히 몇 페이지씩 휙휙 넘겼다. 젊은 박사는 불안한 듯 옷을 매만지고, 또 한 번 매만지고, 무릎이 제대로 못 움직이지는 않는지 살폈다. 이곳에서 더 밝아진 듯한 빛은 뭔가 불길한 예감이 공중에 감도는 느낌을 자아냈다. 젊은 박사도 그 느낌을 알아챘을지 모른다. 문 저편에서 기다리는 오만 시나리오들을 곱씹는 데 정신이 팔리지 않았더라면. 아까는 옆의 박사에게 말을 붙이려고 해 봤지만, 불안감이 불쑥 삐져나왔는지 갈라진 목소리만 조금 터져서 나왔다. 그때 연상인 박사는 한쪽 눈썹만 잠깐 추켜올렸다가 다시 기록으로 눈을 돌렸다.

한 겁은 지났을까 싶을 때 지직거리는 목소리가 드디어 방 안의 두 박사에게 들려왔다. 연상인 밴더비어 박사는 또 한 번 눈썹만 추켜올렸다. 젊은 몽고메리 박사는 목소리에 잠시 움찔했다.

"재단 인원 데이터베이스 상의 성명을 말하고, 당신의 4등급 재단 신분번호와 패스코드를 말씀하십시오." 목소리가 또렷하게 말했다. 평생 그 말만 반복해서 말했을 법한 말투였다.

밴더비어 박사가 살짝 헛기침하고는 말했다. "그레고리 아놀드 밴더비어(Gregory Arnold Vandivier) 박사. 신분번호 4511-12894-19-055. 패스코드, 18840-12884-19078-00004."

아주 약간 침묵이 있다가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몽고메리의 차례였다. 밴더비어 박사가 몽고메리를 쳐다봤다. 동정심 비슷한 것이 잠깐 어린 눈이었다. "침착하게." 박사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냥 번호만 말해."

몽고메리는 침을 꿀꺽 삼키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자기 정보를 말했다. "앤더슨 딘 몽고메리(Anderson Dean Montgomery) 박사. 신분번호 9280-27112-17-054. 패스코드…." 가벼운 의심이 잠깐 몽고메리를 막아섰다. 그러나 밴더비어 박사가 안심하라는 듯 끄덕이는 모습에 다시 빠져나왔다. "16738-17489-13782-00004."

두 남자는 다시 조용히 선 채로 있었다. 몽고메리가 말한 마지막 단어만 공중에 은은하게 떠다녔다. 또 다른 짧은 침묵. 또 다른 한 겁. 그러다가 앞의 문이 찰칵였다.

"밴더비어 박사, 몽고메리 박사, 들어오십시오."

미닫이문이 스르르 벽 속으로 들어갔다. 환풍구가 뱉어낸 듯 퀴퀴한 공기가 투박하게 퍼져 나왔다. 몽고메리는 교도소에서 근무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따로따로 떨어진 남자들이 호흡 하나하나를 장막처럼 서로에게 드리우던 모습. 기억을 더듬으며 잠깐 머뭇거리는 사이에, 밴더비어 박사는 몸을 옮겨 문턱을 넘어갔다.

"자, 가지." 밴더비어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많이 안 남았어."

두 박사는 길고 하얀 복도를 말없이 따라갔다. 50피트마다 카메라가 있었다. 몽고메리가 알기로는 그랬다. 바닥이 타일이라, 걸음걸음마다 발소리가 벽에까지 퍼지며 박사들이 온다는 소식을 조그만 고수(敲手)들처럼 알렸다. 기온이 살짝 떨어졌는데도 몽고메리는 목 뒤에서 흘러나오는 땀방울을 느꼈다. 한기에도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듯 땀은 흘러나왔다.

두 박사의 앞에 쌍여닫이문이 있었다. 문 옆에는 기지 다른 문들이 다 그렇듯이 황동 자료명판이 있었다. 두 박사가 다가가면서 명판에 새긴 글이 점차 보였다. 몽고메리는 잠시 숨이 막힐 뻔했다.

일련번호: SCP-231-7

등급: 케테르(Keter)

밴더비어는 당황한 기색 없이 바로 문을 밀어 열며 안으로 들어갔다. 몽고메리는 잠시 멈춰 서서 숨을 한 번 고르고는, 안으로 따라갔다. 문 안쪽의 모습은 깨나 조용했다. 여러 박사들이 다양한 화면 앞에 가만히 서서, 화면 뒤쪽에 있는 기계가 한창 뽑아내는 판독값이며 정보들을 지켜봤다. 하나같이 다들 엄숙한 분위기였다. 방 안에 퍼진 엄숙함이 몽고메리를 벽돌 몇 톤처럼 짓눌렀다. 벽에 걸린 시계는 밝은 빨강 숫자로 19:45를 띄웠다. 바로 옆 시계는 0으로 카운트다운을 했다.

하얀 재킷을 입은 키 큰 박사가 두 박사를 멀찍이서 알아보고는 성큼성큼 빠르게 걸어와 인사했다. 키 큰 박사는 밴더비어와 악수하고 조용하게 몇 마디를 나누더니, 다시 몽고메리에게 몸을 돌려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몽고메리 박사." 키 큰 박사가 말했다. 무성한 회색 콧수염 뒤로 떠오른 표정에는 감정이 든 기색이 없었다. "올리버 타거스(Oliver Targus)입니다. 만나 봬서 기쁘군요."

몽고메리가 내민 손을 맞잡고 악수했다. "동감입니다."

타거스 박사는 몽고메리를 계기판이 그득한 자리로 안내했다. 계기판에는 의학적 정보들과 활력 징후들의 값이 보였다. "몽고메리 박사, 여기서 근무하시면 됩니다. 센서들을 조금 체크하고 조정하고 싶은 사항을 살펴볼 기회를 드리죠." 타거스 박사가 측면 화면을 가리켰다. 화면에 나오는 비디오 피드에는 하얀 빈 방이 나왔다. "여기가 절차실을 보여주는 비디오 디스플레이입니다. 절차 중에는 절차실에 직원을 두지 않기 때문에, 그 동안은 이걸 눈과 귀로 삼아야 합니다. 아시겠죠?"

몽고메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몽고메리는 화면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며 심박수나 뇌전도값 같은 정보들을 살펴봤다. 그리고 잠시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여기가 바로 적지(適地)요 조타실이었다.

그러나 몽고메리의 눈이 이리저리 구르다 실시간 초음파 피드가 나오는 스크린을 보아 버렸고, 자신의 심박수는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신경들에게까지 보여주고 싶지는 않아서 몽고메리는 재빨리 몸을 돌렸다. "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제가 할 다른 건 어떤 겁니까?"

타거스 박사는 잠시 미소를 짓더니 몽고메리를 큼지막한 관찰창 앞으로 데려갔다. 창으로 하얀 방이 떡하니 보였다. 비디오 피드하고 똑같은 방이겠거니, 하고 몽고메리가 짐작했다. 몽고메리의 오른편에 방으로 드는 문이 하나 있었다. 몽고메리가 문 너머 쪽을 바라보니, 다른 박사며 연구원들이 이 사령실의 다른 편에서 자기네 관찰창으로 방을 넘어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다들 뭐 때문에 여기로 왔는지 몽고메리는 궁금해졌다. 그러다 아무래도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다고 결론지었다.

"몇 분 안 지나서 절차를 시작할 겁니다. 한 번 시작하면 깨나 빨리 진행하니까, 모니터 보면서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비정상인 점이 보이면 저쪽에 브루넬(Brunell) 박사한테 보고하세요."

타거스 박사가 방 저편의 어깨까지 오는 금발을 한 여자 박사를 가리켰다. 다른 남자 박사와 기록 몇 장을 검토하는 참이었다. "브루넬 박사가 의학적 안정성 담당이고, 절차 동안 관찰실 바로 바깥에서 있을 겁니다. 몽고메리 박사님 자리에서 호출 가능하고, 지금 임무들 중에 다른 일들은 브루넬 박사를 계통상 직속 사수로 하실 겁니다." 몽고메리는 잠시 뒤에 고개를 올렸다. 타거스 박사가 자기를 빤히 보았다.

"불안해하시는 점 이해합니다, 딘." 타거스 박사가 또 잠시 미소를 지었다. "저희 모두 한때 다 당신 같았는걸요. 하지만 여기서 지금 임무들이 중요하다는 점 이해하고, 당신을 이곳으로 부른 그 유능함으로 임무를 수행해 주시면 됩니다. 다 괜찮을 거예요."

몽고메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을 또 삼켰다. "감사합니다, 박사님. 뭐랄까 첫 출근의 긴장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살짝 미소를 지으려고 해 봤지만, 입술만 떨렸다.

바로 그때 신호음이 하나 사령실에 울리고는, 아까 그 입구에서 들은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경고. 110-몬톡 절차를 5분 후 개시합니다. 전 인원은 자기 위치에서 대기하십시오."

타거스가 몽고메리의 등을 두드렸다. "침착하세요, 박사. 그렇게 나쁜 임무는 아니란 걸 느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러고는 피부를 그을린 타거스 박사는 사령실 저쪽의 자기 자리로 걸어갔다. 몽고메리는 멍하니 서서 관찰실을 조금 더 살펴봤다. 하얀 수술복을 입은 간호사 몇 명이 어느 새 열린 문으로 작은 침대를 날랐다.

몇 초 뒤에 몽고메리는 재빨리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자리에 앉으면서 눈은 바로 비디오 화면으로 움직였다. 간호사들이 방의 나머지 물건들을 배치했다. 방으로 양탄자가 들어오고, 뒤이어 침대 옆으로 작은 탁자가, 램프가, 침구들이 들어왔다. 몽고메리의 가슴이 살짝 철렁거렸다. 관찰창 위에 붙은 시계를 다시 올려다봤다. 19:59, 옆의 건 00:24. 곧 시작이었다.

몽고메리 앞의 화면들이 부드럽게 웅웅거리고, 그 안에 정보들이 쉴새없이 쏟아져 나왔다. 몽고메리는 몇 가지 정보를 옮겨적고, 자기가 가져온 소책자 하나를 펼쳐놓았다. 그리고 마지막 신호음이 들려왔다.

"전 인원, 110-몬톡 절차의 개시를 알립니다."

다시 시계를 보려고 몸을 돌렸을 때, 커다란 금속판이 관찰창 앞에 내려져 시야를 가로막은 모습이 보였다. 몽고메리가 다시 비디오 피드를 보니 방 안의 빛은 어두워진 참이었다. 남은 빛은 탁자 위의 램프 불뿐이었다. 벽 다른편에서 문이 열리고, 간호사 두 명이 걸어나왔다. 둘 사이에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몽고메리 생각에 여덟 살도 안 돼 보였다. 그다지 자기가 짐작하던 그 모습은 아니었다. 머리카락은 매우 짧게 잘랐고, 아주 작은 부분 염색한 곳이 올리브색 피부 때문에 두드러졌다. 소녀가 어색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다가 몽고메리에게 소녀의 배가 눈에 들어왔다. 소녀가 입은 수술 가운 사이로 불룩 비어져 나온 배 때문에 소녀의 발걸음은 불편하고 또 지척거리는 모양이었다. 간호사들이 소녀를 침대까지 데려가 그곳에 누였다. 간호사 하나는 베개를 바로잡아 주고, 다른 하나는 소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일을 마치자 간호사 하나가 허리를 굽혀 소녀에게 무언가 이야기한 다음, 동료 간호사에게 돌아가 함께 방을 나갔다. 몽고메리에게는 참 이상한 일이었다. 이곳에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을지 궁금해졌다.

인터컴에서 또 다른 지직거리는 목소리가 튀어나오자 몽고메리는 위를 올려다봤다. 들어보니 타거스 박사였다. 살짝 눈을 돌리니 박사는 방 중앙을 바라보고 서서 그 앞에 펼쳐진 여러 스크린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SCP-231-7 배치 확인. D계급 인원은 준비됐습니까?" 잠시 침묵이 있고 나서는, "오케이. 문을 개방, 피험자를 내보내세요."

다시 피드로 눈을 돌리자, 몽고메리는 표준형 재단 회색 점프수트를 입은 피부 검은 남성이 열린 문으로 천천히 걸어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문이 뒤에서 스윽 닫히자 남성이 살짝 뒤돌아보았다. 몽고메리는 남성이 손에 무언가 든 것을 보았다. 더 자세하게 보려고 눈을 찡그려 봤지만, 마침 남성이 침대 위의 소녀에게 다가가는 바람에 볼 수는 없었다. 남성이 관찰실 중앙으로 옮기는 걸음걸음마다 몽고메리의 목덜미에서 털이 더 꼿꼿이 곤두섰다. 피가 혈관 속에서 요동치면서 터져나와 버리겠다고 아우성치는 목소리가 느껴졌다.

"D-55318." 멀리서 타거스 박사가 말했다. "시작해도 좋습니다."

몽고메리는 차마 눈을 뗄 수 없었다. 마음이 무언가 다른 것, 아무것이나 잡으려고 절박하게 허우적거리면서도 눈은 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 D계급 남성이 침대 머리맡으로 다가가자, 한가득 배가 부푼 소녀가 곧 닥쳐올 운명을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이 남성을 올려다보더니 웃었다. 몽고메리는 터져나오려는 비명을 이를 악물고 참으려다, 갑자기 멈추었다. D계급 남성이 침대 옆에 있던 작은 탁자 뒤에 숨어 있던 스툴 의자를 꺼내오는 모습이 보였다. 남성은 의자를 세우고 그 위에 앉았다. 관찰실 안에 있는 마이크를 따라 남성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도 안녕, 캐서린(Katherine)." 남성이 말했다.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오늘은 새로운 이야기를 가져왔단다. 제목은 잘 자요 달님이야. 괜찮니?"

소녀는 활기차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 있던 토끼 봉제인형을 끌어다 안았다. D계급 남성은 자신이 들고 온 책을 펼친 다음, 책을 읽어 주기 시작했다.

몽고메리는 움직이지 못했다. 숨조차 쉬지 못했다. 눈만 갈팡질팡 방 안을 휘저으며, 다른 사람들이 짓고 있어야 할 못 믿겠다는 표정을 찾아 헤맸다. 아무 데도 없었다. 자기 말고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서로를 빤히 보는 사람도 없었다. 방 안의 사람들은 메모를 하며, 작은 소리로 헤드셋에다 대고 말하며, 평소처럼 자기 할 일을 그대로 했다. 심지어 타거스 박사도 꼼짝하지 않았다. 몽고메리의 눈으로는 차라리 지루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몽고메리는 겨우 고개를 자기 디스플레이로 되돌려, 소녀의 맥박, 혈압, 피부 온도 같은 수치의 변화를 기록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눈이 자꾸만 비디오 피드로 다시 돌아갔다. D계급 남성은 책을 차근차근 계속 읽었다. 강조하는 구절이 있을 때만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까닭 모를 상황은 10분이나 이어졌다. 몽고메리에게는 평생이 다 지난 기분이었지만. 단어 하나하나가 모두 들렸고, 마음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줄 몰랐다.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될 리가 없는데. 무슨 일이지? 이게 다 뭐야? 자기가 SCP-231에 배정됐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가 떠올랐다. 제81기지에서 동료들이 하던 이야기, 자기를 위로하는 말, 그렇게 나쁘진 않을 거야, 배정기간 끝나고 기억소거 받고 나면, 이라던 말이 기억났다. 그리고 동료들이 경험자로서 들려주던 231 이야기, 기결 성범죄자가 필요하다던 격리 규약, 자기들이 소녀에게 저지른 일들이….

그런 일들이 없었다. 아 물론 남성은 험한 얼굴이었다. 딱 봐도 흉악범이라 믿을 만큼. 그러나 남성의 말투는 부드러웠다. 231-7에게 손끝 하나 대지도 않았다. 그저 책을 읽어줄 뿐이었고, 그 동안 이따금 책 너머로 소녀를 넘어다볼 뿐이었다. 소녀는 잠이 들기 직전이었고, D계급 남성이 책을 다 읽기 전에 결국 완전히 잠에 빠져들었다. 남성은 책을 내려놓고는, 일어서서 잠든 소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고 방에서 걸어 나갔다. 관찰실 안의 램프가 어두워지고, 사령실의 불이 다시 들어왔다. 이제 됐다는 듯이 버저 소리가 울리자, 몽고메리는 간신히 스크린에서 눈을 떼고 다른 직원들의 모습을 보았다. 절차 보고서를 매조지고, 필수 문서에 날인하고, 컴퓨터에 글을 입력하고, 아무튼 공황 상태에서 천 리는 떨어진 모습이었다. 뒤에서 누가 다가오는 느낌이 들자, 몽고메리는 재빨리 몸을 돌렸다. 타거스 박사가 있었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박사가 또 미소를 지었다. "어땠습니까, 박사? 대상의 이상현상을 포착한 게 있나요?"

몽고메리는 노트를 황급히 집어들고 휙휙 넘기기 시작했다. "어 그게… 아닙니다. 이상현상은 없는데, 하나 이상하달까 하는 점이, 어… 뭐랄까나…" 목소리가 점점작아졌다.

"…110-몬톡 절차에 박사가 예상하던 그런 일이 없었다는 점인가 보군요."

몽고메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거스는 의자를 가져다 몽고메리의 옆에다 앉았다. "뭐 대개는 새로 온 사람에게 설명이나 해 주는 게 저희 정책이었습니다만, 박사가 너무 갑작스레 이곳으로 불려오느라 그럴 시간을 저희가 미처 못 만든 모양입니다. 하지만 워낙에 엄중한 비밀이 담긴 프로젝트니, 꼭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긴 하군요." 타거스가 크흠 목을 가다듬었다. "질문할 게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몽고메리는 쭈뼛거리다가 말을 더듬으며 질문을 꺼냈다. "아 예, 그러니까 대체 왜… 제가 듣기로는 여기서 뭐랄까 사람들이 그…"

"강간 안하냐구요?" 타거스가 말했다. 얼굴빛이 달라지는 흔적은 전혀 없었다. "네, 그게 바로 정확히 저희가 그 문서에서 생각나게 설계해 넣은 내용이죠. 어떤 걸 두고 그걸 제치고 최악이라 하겠습니까? 아이가 잔혹한 성범죄를 당하는데?" 몽고메리는 꿈쩍도 하지 못했다. "네, 물론 소름끼치는 내용이죠. 감히 용서 못할 만큼 개탄스럽고. 하지만 그건 110-몬톡 절차가 아닙니다, 박사."

타거스는 몸을 뒤로 젖혔다. "처음에 231 개체들을 격리할 때 저희는 그 불쌍한 소녀들에게 끔찍한 짓을 했습니다. 그렇게 몹시 끔찍하진 않았습니다만, 저희가 조언을 찾을 만한 대상이라곤 포로로 잡을 수 있었고 그나마 정보를 뽑아낼 수 있었던 얼마 안 되는 주술사들뿐이었죠. 그 모든 짓들은 그 주술사들이 악마를 격리하는 방법이었고, 그 때문에 저희는 그 방법을 그대로 재현할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당연하게도 그 박사들 중에 다수가… 사실 거의 다입니다만, 231-1부터 -6까지처럼 지금은 재단에 있지 않습니다. 저희가 실패했기에 박사들은 세상을 떠나버렸고, 그들이 죽어버렸기에 저희는 다른 방식을 찾아봐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죠."

"신이야 사실 물리법칙에 굳이 얽매이고자 하는 존재는 아니죠. 현실 조정자야 우리 주변의 세계를 자기 마음대로 빚고 존재를 자기 장난감으로 바꿔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몽고메리 박사, 규칙은 그래도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타거스 박사가 몸을 몽고메리 가까이로 숙였다. "신이라 하더라도 따르는 규칙은 있어요. 오랜 규칙입니다, 그럼요. 불가해하지만 효과는 분명 실재하죠. 저희는 주홍왕, 그 독립체 자체와 이어지는 지금까지 모인 정보들을 더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저희 손에 닿았던 모든 문서들, 수집 가능했던 모든 자료들을 파고든 끝에, 저희는 무언가 다른 방법을 찾아냈죠."

타거스는 몸을 다시 의자로 기댔다. "박사, 악마를 격리하는 데 꼭 소름끼치고 역겨운 행위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필요한 건 자신으로 말미암아 소름끼치고 역겨운 행위가 이루어진다는 믿음 하나뿐이죠. 저희가 만들어낸 서류, 110-몬톡 절차에 얽힌 그 끔찍한 소문, 프로젝트에 참여하던 박사가 자살했다는 발표, 모두 그 일환입니다. 모두 다 속임수죠. 모든 게 저희가 소녀에게 가능한 가장 끔찍한 짓을 저지른다고 악마가 확신하게 만드는 수단입니다. 이 절차들, 이 공포를 뿌리는 작전들이 재단 인원의 마음속에 두려움을 뿌려 주고, 그 두려움 덕분에 악마는 속아 넘어가죠."

"저희가 끔찍한 짓을 저지른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믿는 한, 저 괴물 역시 계속 그렇게 믿을 겁니다. 박사, 상징 속에는 힘이 깃드는 법입니다. 오랜 신은 그 사실을 알고, 동시에 오랜 신은 그 사실에 얽매여서 움직이죠. 주홍왕에게는 잔인함을 직접 볼 눈도, 비명소리를 들을 귀도, 피 냄새를 맡을 코도 없습니다. 그러나 주홍왕은 공포를 느낄 수 있고, 그래서 저희는 공포를 선사하죠. 공포 하나만이 우리에게 언제나 필요했던 전부입니다."

타거스 박사가 말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두 박사는 아무 말 없이 앉은 채로 있었다. 다른 연구원 여러 명이 줄지어서 두 사람을 지나쳐 사령실 바깥의 복도로 빠져나갔다. 연구원 대부분이 빠져나갔을 때, 몽고메리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왜 저런 책입니까? 왜 잠잘 때 읽는 동화를?"

타거스가 고개를 까딱거렸다. "캐서린은 동화를 읽어주지 않으면 잠을 못 잡니다. 저도 어떻게 잠에 들 수 있는지가 참 놀랍습니다만, 악마를 확신시키려면 어떤 방식이든 행동 자체는 필요합니다. 몽고메리 박사, 주홍왕에게는…. 저 동화를 읽어주는 행위가 저희가 소녀에게 저지르는 최악의 행동입니다."

몽고메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에서 점점 이해가 되어 갔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흘끗, 관찰실 창에다 두른 철판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왜 철판이 있습니까? 직원을 방 안에다 배치하지 않고요?"

타거스가 눈을 떴다. "박사, 위험은 여전히 실존합니다. SCP-231-7의 격리를 상실한다면 XK급 사건이 발생하죠. 그래서 저희가 방책을 갖추었고, 그 방책은 110-몬톡 절차라는 희곡의 모양으로 짜였고요. 저희가 이 악마를 격리하는 방법이 악마를 덜 위험하게 만들어 준다고는 생각하지 마십시오. 사실 이 개체가 지금까지 우리가 격리할 수 있었던 가장 위험한 독립체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그러나 몽고메리 박사, 저희가 하지 않을 일 또한 존재합니다. 추악하기 그지없는 일 또한 존재하고, 넌지시 암시하는 것조차 저는 불결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저희가 할 일이 암시뿐이라면, 뭐. 밤에 두 다리 뻗고 잘 수는 있죠."

다른 박사가 타거스에게 다가왔다. 타거스는 몽고메리에게 짤막한 인사를 던지고는, 방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 쪽으로 발걸음을 재우쳤다. 몽고메리는 잠깐 동안 조용히 앉아 모든 것을 머릿속으로 곱씹었다. 그러다가 비디오 피드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녀는 침대 위에서 토끼 봉제인형을 꼭 끌어안고 깊이 잠든 채로 있었다. 몽고메리의 마음에 불안이 일었지만, 그 밑에 또 다른 것이 출렁였다. 두려움이 사라진 자리에 공포가 남아 있었다. 조용히, 어렴풋이.

몽고메리는 모니터를 끄고 기록을 챙겨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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